영화 전
<런던 프라이드는> 2014년에 영국에서 개봉한 매튜 워처스 감독의 장편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1984년 영국에서 이뤄진 광부들의 무기한 총파업에 런던의 성소수자들이 연대한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1984년 총파업은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배경이기도 한 사건입니다. 빌리의 아버지가 파업광부였고, 그래서 영화 속 탄광촌이 음울하게 묘사되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는 파업이 일어나게 된 배경보다 파업이 진행되면서 이루어진 연대에 더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영화감상 하기에 앞서 제가 배경설명을 간략하게 하겠습니다.
1년이나 지속된 이 대대적인 파업이 일어나게 된 배경을 이해하려면 우선, 이 마거릿 대처 (Margaret Thatcher)라는 영국 총리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이 사람은 “철의 여인”으로 유명한 영국 최초의 여성총리로서 보수우파 출신이며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정책들을 펼쳤습니다. 대처 집권의 영향으로 영국은 국유화 산업이던 석탄, 철도, 항공, 전기, 가스산업이 모조리 민영화되었지요. (여담이지만 그래서 현재 영국의 철도와 전기산업을 책임지는 큰 기업들은 대부분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의 공기업들이거나 정부 것이라고…)
다음으로 아서 스카길 (Arthur Scargill)은 광부노조 편의 주요인물입니다. 그는 1974년 광부 총파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갔던 인물인데, 이 총파업은 어마어마한 승리를 거두어 당시 우파총리던 에드워드 히스가 사퇴하고 노동당으로의 정권교체라는 쾌거를 이룬 사건입니다. 스카길은 전국광부노조의 대표가 되어 이후 마거릿 대처가 정권을 잡았을 때 신자유주의 이념을 따라 광산업을 축소시키는 여러 정책 ( “비효율적”으로 판단되는 광산은 닫고, 수입 에너지원은 더더욱 늘리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광산업 보조금을 줄이는 등)에 대항하여 다시 한 번 총파업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이 영화의 배경되는 1984년 광부 총파업입니다.
이 총파업의 결말은 영화 속에 등장하니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지금 바로 영화를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후
재밌게 감상하셨나요? <런던 프라이드>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듯하지만 사실 1984년 광부 총파업은 실패한 것이었지요. 이후로 영국의 광산업도 급속도로 쇠퇴하여 대부분의 광부들은 광산을 떠났습니다. 이 총파업이 실패한 이유로는 노조 안에서 투표가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노조 안에서 많은 파벌로 갈라져 결집력이 약해진 것과, 대처 정부가 1974년의 총파업을 교훈삼아 석탄 및 수입 에너지원을 쌓아둔 것 때문에 파업의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 꼽힙니다.
연대의 힘 (연대는 곧 희망)
그럼에도 끝끝내 영화도 그렇고 역사가 이 사건을 해피엔딩으로 평가하는 것은, 바로 연대가 지닌 힘과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80년대 영국에서 서로다른 종류의 차별과 위험에 맞서고 있던 다른 두 집단 -성소수자와 광부-은 어떻게 보면 뜬금없는(?) 연대를 결성합니다. 영화에서도 언급되지만 다른 성소수자도 아니고 왜 광부들이냐 싶을 정도로 공통분모가 없다고 인식되는 두 집단입니다. 하지만 LGSM의 대표 마크 애쉬튼은
“게이들의 권리는 주장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권리는 지지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노동자의 권리는 주장하면서도, 여성의 권리는 지지하지 않는다면요? 이건, 비논리적인 거죠.”
‘I grew up in Northern Ireland. I know all about what happens when people don’t talk to each other. That’s why I’ve never understood, what’s the point of supporting gay rights but nobody else’s rights, you know?’ (Mark to Dai) Scene 10
이렇게 말합니다. 그는 어떠한 거창한 결과를 바라며 LGSM을 결성하기보다, 약자들끼리 연대해야하는 이유를 직접 고민해보고 실천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결국, LGSM을 통해 연대의 힘을 경험한 광부노조는 총파업이 실패하고서도 성소수자들과의 연대의 끈을 놓치 않습니다. 오히려 지속적으로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타 노동조합 간의 연대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하였습니다. 결국, 노동당이 성소수자 인권을 주요의제로 가져가게끔 하는 투표에 찬성표를 대거 던져 영국 내 LGBT 인권 향상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호모포빅한 분위기를 역전시키고 이후 2014년에 동성혼이 법제화되기까지 LGSM과 광부들 간의 연대가 큰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연대는 강력하고, 연대는 곧 희망이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라는 말로 공대위의 두번째 노동영화제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참여해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의견 자유롭게 나눠주세요~~